
집에서 메주 쑤고 된장을 담그는 과정은 우리나라 전통 발효 식품 제조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시판 된장과 달리 직접 만든 된장은 인공 첨가물 없이 순수하게 발효된 깊은 맛을 자랑하며, 집안마다 고유한 풍미를 가진 명품 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메주를 쑤는 것부터 된장이 완성되기까지는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긴 과정이지만, 각 단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정확히 따라하면 실패 없이 맛있는 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메주 발효에는 바실러스균과 곰팡이가 관여하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효소가 콩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과 감칠맛 성분을 생성합니다.
메주콩 선택과 삶기의 핵심 포인트
된장 메주를 만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좋은 콩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메주용으로는 국산 백태가 가장 적합한데, 알이 굵고 껍질이 얇으며 단백질 함량이 높아 발효가 잘 됩니다. 1킬로그램의 메주콩으로 약 4개에서 5개의 메주를 만들 수 있으며, 4인 가족 기준으로 1년 치 된장을 만들려면 10킬로그램 정도가 필요합니다. 콩은 벌레 먹거나 쪼그라든 것을 골라내고 깨끗이 씻은 후 12시간에서 24시간 물에 불려야 합니다. 충분히 불린 콩은 크기가 2배 이상 커지며 손으로 눌렀을 때 쉽게 으깨집니다. 콩을 삶을 때는 큰 솥이나 압력솥을 사용하는데, 압력솥을 사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불린 콩을 솥에 넣고 콩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후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입니다. 일반 솥에서는 3시간에서 4시간, 압력솥에서는 40분에서 50분 정도 삶으면 되는데, 콩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쉽게 으깨지면 충분히 삶아진 것입니다. 삶는 도중 거품과 불순물이 올라오면 걷어내야 하며, 물이 줄어들면 뜨거운 물을 보충해줍니다. 삶은 콩은 체에 받쳐 물기를 빼는데, 콩물은 버리지 말고 따로 받아두면 메주를 빚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콩물에는 콩의 영양분과 전분이 녹아있어 메주 성형 시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메주 성형과 초기 발효 관리
삶은 콩의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지면 뜨거울 때 으깨야 하는데, 이 작업은 메주의 밀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절구나 맷돌로 콩을 으깼지만, 현대에는 믹서기나 푸드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곱게 갈면 메주가 단단해지고 발효가 잘 안 되므로, 콩 알갱이가 약간 남을 정도로 거칠게 으깨는 것이 좋습니다. 으깬 콩은 손으로 치대어 덩어리를 만드는데, 이때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꾹꾹 눌러가며 성형해야 합니다. 메주 한 개의 무게는 보통 2킬로그램에서 3킬로그램이 적당하며, 모양은 직육면체나 정육면체로 만듭니다. 크기가 너무 크면 속까지 발효가 안 되고, 너무 작으면 빨리 마르므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5센티미터 정도가 이상적입니다. 성형한 메주는 밧줄로 단단히 묶어 통풍이 잘 되는 그늘진 곳에 매달아 말립니다. 메주를 말리는 최적 온도는 15도에서 25도 사이이며, 너무 추우면 발효가 안 되고 너무 더우면 부패할 수 있습니다. 메주를 매단 첫 일주일은 표면이 마르는 시기로, 매일 관찰하여 곰팡이가 과도하게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노란색이나 흰색 곰팡이는 정상이지만 검은 곰팡이나 붉은 곰팡이는 좋지 않으므로 솔로 문질러 제거해야 합니다. 메주 표면에 하얀 가루가 생기는 것은 효모균이 활동하는 증거이며, 이것이 된장의 깊은 맛을 만들어줍니다. 2주에서 3주가 지나면 메주가 단단해지고 표면이 노랗게 변하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발효가 시작됩니다.
메주 발효와 간수 빼기 과정
메주를 3개월 정도 매달아두면 내부까지 발효가 진행되어 된장 담그기에 적합한 상태가 됩니다. 잘 발효된 메주는 두드렸을 때 단단하면서도 속이 비어있지 않고, 표면에 하얀 곰팡이가 고르게 덮여 있으며,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납니다. 메주를 자르거나 쪼갰을 때 속이 노란색이나 갈색을 띠며 수분이 거의 없어야 제대로 발효된 것입니다. 된장을 담그기 전에는 메주를 깨끗이 씻어야 하는데, 흐르는 물에 솔로 문질러 표면의 먼지와 곰팡이를 제거합니다. 씻은 메주는 물에 담가 하루 정도 불리는데, 이 과정을 간수 빼기라고 합니다. 간수는 메주 발효 중 생성된 쓴맛 성분으로, 물에 담그면 녹아 나옵니다. 6시간마다 물을 갈아주면 더 효과적으로 간수를 뺄 수 있으며, 물이 노랗게 우러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간수를 완전히 빼려면 24시간에서 48시간 정도 필요한데, 너무 오래 담그면 메주의 맛까지 빠져나가므로 적당한 시간을 지켜야 합니다. 간수를 뺀 메주는 손으로 으깨어 된장 항아리에 담는데, 으깰 때 너무 곱게 갈지 말고 메주 조각이 약간 남을 정도로 으깨는 것이 식감이 좋습니다.
된장 담그기와 소금물 배합
메주를 으깬 후에는 소금물을 만들어 부어야 하는데, 이 소금물의 농도가 된장 맛을 좌우합니다. 된장용 소금물은 18퍼센트에서 20퍼센트 농도가 적당하며, 물 10리터에 소금 2킬로그램 정도를 넣고 끓여서 완전히 식힌 후 사용합니다. 소금은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간수를 뺀 천일염이나 꽃소금을 사용하면 됩니다. 소금물을 끓이는 이유는 물속의 세균을 죽이고 소금을 완전히 녹이기 위함이며, 반드시 식혀서 사용해야 메주의 효소가 파괴되지 않습니다. 된장 항아리는 옹기가 가장 좋은데, 옹기는 통기성이 있어 발효에 유리하고 온도 변화가 적어 안정적인 발효가 가능합니다. 항아리가 없다면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플라스틱은 피해야 합니다. 항아리 바닥에 으깬 메주를 3분의 1 정도 깔고 소금물을 붓되, 메주가 완전히 잠기도록 충분히 부어야 합니다. 메주와 소금물의 비율은 메주 1에 소금물 1.5 정도가 적당하며, 소금물이 너무 적으면 메주가 공기에 노출되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소금물을 다 부은 후에는 숯 몇 조각과 대추, 고추를 띄워두는데, 이는 살균 효과와 함께 된장에 좋은 향을 더해줍니다.
된장 숙성과 관리 요령
된장을 담근 후에는 최소 3개월 이상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는데, 6개월에서 1년 숙성한 된장이 가장 맛있습니다. 된장 항아리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는 것이 좋은데, 햇볕은 발효를 촉진하고 살균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한여름 직사광선은 너무 강하므로 그늘막을 쳐서 온도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해야 합니다. 된장 항아리 뚜껑은 완전히 밀폐하지 말고 면보를 덮은 후 뚜껑을 살짝 올려두어 공기가 통하도록 해야 호기성 발효가 잘 됩니다. 된장 표면에 하얀 곰팡이가 생기는 것은 정상이며, 이는 유익한 곰팡이이므로 그냥 두거나 젓가락으로 섞어주면 됩니다. 검은 곰팡이나 푸른 곰팡이가 생기면 즉시 제거해야 하는데, 그 부분만 걷어내고 나머지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된장 표면에 물이 고이면 따라내야 하는데, 이 물은 간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숙성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된장을 위아래로 섞어주면 골고루 발효가 진행됩니다. 여름에는 파리나 벌레가 접근할 수 있으므로 항아리를 그물망으로 덮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된장이 충분히 익었는지 확인하려면 맛을 보는데, 메주의 거친 맛이 사라지고 부드러우면서 깊은 감칠맛이 나면 완성된 것입니다. 완성된 된장은 작은 용기에 덜어내어 냉장 보관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큰 항아리는 계속 숙성시키면 시간이 갈수록 맛이 더 깊어집니다. 집에서 담근 된장은 최소 3년에서 5년까지 보관 가능하며, 묵은 된장일수록 약효와 풍미가 뛰어나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